<합숙소>
린 “두 사람 다 오늘부터 잘 부탁해. 다시 한 번, 같이 열심히 하자.”
료 “아아. 이왕 하는 거, 어떤 난제라도 진심으로 해주겠어. 타협은 없다. 괜찮지?”
치요 “네.”
린 “리이나한테서 들었어. 치요도 밴드 연습으로 합숙했던 적 있었지. 레슨 중에 뭔가 의견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줘.”
치요 “의견 따위는 없습니다. 저는 단지 마땅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맡았을 뿐.”
린 “합숙이라는 건 제일 가까운 곳에서 동료를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셋이서 서로를 갈고닦자. 응?”
치요 “…….”
치요 (아아, 이 사람도 같은 눈을 하고 있어. 별에서 자유로운 빛을 보았던…… 그 사람들과.)
<며칠 후>
료 “트레이닝을 반복하면서 틀림없이 좋아지긴…… 했지.”
린 “응, 그래도 아직…… 뭔가 부족한 거 같아. 이래서는 지금까지랑 같아. 좀 더, 뭔가…….”
치요 “……오늘 레슨은 이것으로 종료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린 “……저기, 치요한테서도 뭔가 의견을 받을 수 없을까. 뭐든 좋으니까 말이야.”
치요 “제 의견은 같은 걸 들어봤자 의미도 없고 진전도 없습니다.”
료 “그래도 괜찮으니까. 좀 걱정되는 것 정도는 있지? 왠지 잘은 모르겠지만, 느껴지는 게 있었다…… 던지 말이야.”
치요 “언어화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해도 말이 되진 않습니다. 시간낭비입니다.
적절한 성량과 적절한 음정, 그것이 노래일 뿐.”
치요 “이상입니다. 다시 내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료 “……다시 내일이라니, 자기도 같은 방이라는 걸 잊은 건가.
항상 먼저 방에 들어가 있고, 우리가 방에 들어갈 때는 이미 자고 있고.”
린 “……치요, 괜찮은 걸까. 무리해서 하는 느낌이야. 역시 치토세 일이…….”
료 “……뭐, 그 녀석에게도 안고 있는 게 있겠지. 그건 이해하자고.”
린 “응…….”
치요 “…… 말아줘…….”
치요 “……두고, 가지 말아줘. 아가씨…….”
린, 료 “…….”
<다음 날>
료 “어라, 린. 아침 러닝이야? 열심이잖아.”
린 “응, 오후부터는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해서. 게다가…….”
린 “치요를 생각하니까 움직이고 싶어져서. 발을 들여놓지 않는 편이 좋은 것도 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린 “그래서 오늘, 얘기를 좀 해보려고. 미움 받더라도 상관없어…… 나는 치요와 노래하고 싶어.”
료 “……그렇구나. 미움 받는…… 건가.”
TV 음성 “-저녁 이후 날씨는 나빠지고, 밤에는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
치요 “기다리게 했습니다. 세탁이 필요한 의류는 이 정도인지.”
린 “응, 그러면 습해지기 전에 씻어야겠다. 비도 오니까.”
치요 “…….”
료 “오늘 레슨은 비교적 좋았는데. 치요는 어땠어?”
치요 “어떻냐면. 날이 갈수록 정확도는 올라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료 씨와 같은 의견입니다. 그 이상은 딱히.”
(세탁기 돌리는 소리)
3인 “…….”
린 “치요, 우리랑 같이 노래하자.”
치요 “말뜻을 모르겠습니다. 노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몇 번이나.”
린 “그냥 소리 내어 부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르는 거야.
노래는 그런 거잖아. 마음을 멜로디에 실어 올리는 거야. 함께 그렇게 하자.”
치요 “……그런 의미였습니까. 하지만, 제 노래는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습니다. 실어 올릴 마음 같은 건 없으니까요.”
치요 “그 사람의 행복만이 내 소망. 그 이상의 것은 없고…… 하물며 그건 노래에 실어 올리는 것이 아니야.”
린 “치요가 뭔가 힘든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을 향해야지.”
치요 “……무엇을.”
린 “치요의 노랫소리, 저번 페스 무대에서 들었던 노랫소리가 신경 쓰였어.”
린 “그때부터 몇 번이나 듣고 생각했어. 억누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
린 “치토세에 관한 것 뿐이라고 말하지는 마. 치요의 소망을 우리에게 들려줘.”
린 “우리들은 같은 사무소 아이돌이고 동료잖아. 서로 의지하면 어떤 벽이라도…….”
치요 “…… 동료 말입니까. 그런 테두리 안에 저를 억지로 집어넣지 마십시오.”
린 “억지로라니, 그런…….”
치요 “동료라든지, 새로운 버팀목이라든지…… 소망이라든지. ……제게는 필요 없습니다.”
치요 “상처 입고, 괴로워서…… 제 인생은 이미 끝나버렸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바라고 싶지 않아. 원하지 않으면, 상처입지 않아.”
치요 “그걸 ‘바라는’ 것은 안 되는 겁니까?”
료 “……치요.”
치요 “앞을 향하라고. 고개를 들면 거기에 빛이 있다고. ……대단한 말이군요.”
치요 “지금까지 빛에 쌓여서 살아온 사람의…… 상처입지도 않고,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의…… 오만입니다.”
린 “…….”
린 “그럴 수도 있어. 치요가 말한 대로 일지도 모르지만……!”
린 “확실히 알아주는 건 못할 수도 있어. 사람이 안고 있는 것은 사람마다 제각각…….
그럼에도…… 나는 치요와 함께 노래하고 싶어!”
치요 “…………큿!”
치요 “함께 노래하고 싶어? 노래를 할 뿐인 문제라면.
누군가를 구해서 기쁘게 하고 싶은 거라면, 저 이외의 사람과 제가 모르는 곳에서 하십시오.”
린 “아니야……! 그런 생각이……!”
치요 “너희들은 언제나 그랬어. 상냥하게 따뜻하게, 언제나 다정하게 올바르게.
그리고 무자각하게 내민 손으로 나를 상처 입혀.”
치요 “가족을 잃고 눈 속에 머무는 고독을 아십니까.
유일한 친구를 상실하게 될 것은 알고 있는 공포를 아십니까. 그 괴로움을 몰라서 잘도 말 할 수 있는 거겠지……!”
치요 “절망의 늪도 모르고, 빼앗기는 냉정함도 모르는 너희들과.
빛 속에서 유유히 살아온 너희들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건, 나에게는 없어……!”
치요 “남겨진 편안함 속에 흙발로 발을 디디지 마십시오. 부탁이니까, 더는…… 내버려둬……!”
료 “어이 치요……! 어디로…… 밖에는 지금 폭풍우가 온다고! 린, 쫓아가야…….”
료 “……린?”
린 “……큭.”
린 “반론 할 수 없었어…… 치요 말대로 나는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왔으니까…….”
린 “나로선…… 치요에게 닿을 수 없는 걸까.”
린 “함께 노래해서 즐겁다고…… 빛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치요에게 있어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행복인 걸까.”
료 “……잘했어, 린. 각오를 다지고, 훌륭하게 미움 받았다는 거야.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잖아.”
료 “……틀어박힌 채로는 살아갈 방식을 택할 수조차 없어. 그 녀석의 속마음을 드러내 줄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잖아.”
료 “……거기다 닿지 않을 리가 없어. 적어도 닿았다고. 내 마음에는 말이지. 그러니까…… 아직이야.”
린 “……응. 그렇지. 가자. 치요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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