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드로메다』 4화

 

『 끝이 다가오는 밤에 』

 

 

이야기꾼 “별순례 여행은 길지만, 짧기도 합니다. 창밖은 언제나 같은 경치로 언제나 같은 경치로 어지러워집니다.

별의 바다를 건너는 열차에도, 비와 폭풍우는 찾아옵니다.”

 

 

 

 

 

<열차 안>

 

차장 “일레이나 씨, 이쪽이 3등 객차입니다. 그런데 이거 참, 1등석에서 3등석으로 옮기고 싶다니……

드문 일이네요. 무슨 이유가 있으신 건지?”

 

※객차

객차는, 1등, 2등, 3등으로 각각 계급이 정해져 있다.

요금이 다른 것 외에, 저마다 계급에 어울리는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3등 객차에 준비된 것은, 허름한 창문으로 바라보는 멋진 은하의 경치.

 

일레이나 “감사합니다. 이유는…… 1등 객차는, 아무래도 안정되지 않아서. ……

어쩌다 이 표를 얻게 됐는지도, 모르겠고요.”

 

일레이나 “제 자신의 힘으로 얻은 것이라, 아버지의 힘으로 얻은 것이라면……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은혜로 삼기, 싫다고 할까요…….”

 

차장 “…… 그렇습니까. 뭐, 이쪽 호차에서도, 보이는 경치는 변함없습니다.

그럼, 편안한 여행되시기를.”

 

 

 

 

 

질리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얻게 되는 것…… 인가. 나도 그런 건 좋아하지 않아.

부모의 이기심은 오히려 싫어.”

 

알바 “…… 그러니까, 일레이나 씨…… 라고 하면 되려나.

나는 알바, 이쪽은 질리오. 당신은…… 어디까지?”

 

일레이나 “…… 여행지…… 목적, 말인가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런 건 없어요.”

 

일레이나 “도망쳐 온 거예요. 조금, 가정 문제가 있어서.

……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래서 도망 왔을 뿐.”

 

일레이나 “그래서, 그저 열차에 흔들리며 별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 걸 위해, 사치스럽고 푹신푹신한 소파는 필요 없어요.”

 

질리오 “…….”

 

일레이나 “제가 없어지고, 그 둘이 어떻게 되든 좋다. 그뿐이에요.”

 

일레이나 “제가 어디를 가든, 제가 없어지든 간에, 해결되지 않을 텐데.

…… 어디선가 내려야겠죠, 이런 건.”

 

알바 “…… 어디선가.”

 

 

 

 

 

<백조자리 역>

 

질리오 “비인가…… 역 밖으로는 나갈 수 없겠네. 알바, 배고프진 않아? 행상인들한테서 뭘 좀 사려고 하는데.”

 

알바 “으, 응…… 조금……. 하지만 너한테 너무 어리광부리는 것도, 좋지 않아…….”

 

질리오 “돈 문제라면, 정말로 신경 안 써도 돼. …… 이 열차에서 전부 써 버려도 좋아.”

 

알바 “어어…… 통이 크구나, 너는……. 그럼, 응…… 고마워.”

 

 

 

말다툼 소리 “---, ---!!”

 

알바 “응…… 무슨 일이지? 싸움인가…….”

 

질리오 “사람끼리 다투는 건, 흔한 일이야. 자, 빨리 돌아가자.”

 

 

 

 

 

차장 “……후우.”

 

알바 “아, 차장님……. 저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까 목소리가 들렸는데…….”

 

아키 “…… 아아, 시끄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부정승차한 여성을 내려 보냈습니다.

말다툼이 좀 벌어지는 바람에…… 소란을 피웠습니다.”

 

알바 “어…… 그, 그거. 저기…… 엄마랑 아들이 탔었던…….”

 

차장 “네. 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을 태울 수는 없습니다. 그게 규칙이니까.”

 

알바 “그, 그치만…… 아무도 억지로 내리게 할 필요는…….”

 

차장 “…… 확실히 본의는 아니었죠. 하지만, 물어봤을 때 확실히 대답만 해준다면,

이쪽도 그 사람들이 바라는 역까지 데려다 주어도 괜찮습니다.”

 

차장 “그런데 아이가 거짓말을 했어요. 엄마는 표를 가지고 있다고. 그걸 질책하지도 않고, 어머니 쪽도 동조했습니다.

그래서, 내려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짓말은 안 돼요.”

 

차장 “표가 없다. 그럼 좌석도 없다. 그것이 이 열차의 규칙입니다.

그럼, 두 분은 앞으로 편안한 여행되시길.”

 

 

 

 

 

알바 “…… 그럴 수가.”

 

질리오 “…… 저런 곳에서 내려버리면, 어떻게 하지.”

 

알바 “내가, 내가 쓸데없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그 애가 거짓말을 할 일도 없었을 거야…….

두 사람의 행선지를 결정해버린 건 나야…….”

 

알바 “내, 탓이야……. 역시…… 누군가랑 관계 되면, 안 되는 거였어…….”

 

질리오 “만약…… 미아 씨처럼, 표를 두 장 가졌더라면.

혹은 일레이나 씨 표를 환불했더라면, 3등석 표 두 장 분은 되었을지도 몰라…….”

 

질리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과거를 한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전부 가정에 지나지 않아.

지금 생각해봤자, 의미는 없어.”

 

질리오 “저 모자는 둘 다 살아있지만, 표를 가지고 있지 않아. 미아 씨는 아이를 잃었지만, 표는 두 장.

일레이나 씨는 목적지도 없는데, 표를 가졌다…….”

 

질리오 “왜 있어야 할 곳에 없는 걸까, 필요한 곳에. 하지만, 뜻대로 되는 건 없어…… 그게 인생이란 거야, 분명.”

 

알바 “그런 건…… 슬프기만 하잖아……. 어째서, 행복을 바라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거야…….”

 

질리오 “알바…….”

 

 

 

 

 

미아 “안녕, 두 사람 다. 이웃 자리에 앉아도, 괜찮으려나. 자, 인사하렴. 졸립니?”

 

소년 “…….”

 

알바 “아, 미아 씨. 어서오세…… 그런데, 어라…… 그 아이는……!”

 

미아 “이 아이의 어머니한테서 말이야, 부탁받아서. 봐, 나는 표를 한 장 더 가지고 있잖아?

처음에는 붙잡혀서, 강요당하는 거였지만…….”

 

미아 “같은 엄마니까. 마음을 이해하게 돼서…… 이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싶은, 그 마음이.”

 

미아 “그리고, 이 아이랑 지내다가…… 생각이 바뀌었어. 닫혀버린 미래를 쫓기 전에, 해야 할 역할이 주어진 거라고.

이 아이와의 만남은, 그런 뜻이 아닐까 하는.”

 

미아 “그렇다면…… 이 아이의 미래를…… 활짝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어.”

 

질리오 “그럼…… 아이를 되찾는다는 소원은, 포기한 거야?”

 

미아 “…… 우선은, 이 아이가 살아갈 장소…… 페가수스자리로 갈 거야.

내 아이가 아니어도, 바래다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그러고 나서는…… 다시, 생각해 보려고.”

 

※페가수스자리

학원도시로도 알려진 백악의 거리.

다양한 학교만이 아니라 보육원이나 교회도 많고,

이 거리에서 자라, 훗날 날개를 펼친 유명인들도 많다.

 

미아 “하지만, 분명 더는 열차에 타지 않겠지. 자신의 발로, 내 인생의 길을 결정하고 싶으니까.”

 

알바 “……그렇구나. 그럼, 미아 씨는…… 이 열차에서 내리는 거구나…….”

 

 

 

 

 

차장 “담소 중에 실례하겠습니다만, 표를 확인하겠습니다.”

 

알바 “우리들, 말인가요? 꽤 전에, 한 번 보여드린 걸로 아는데요…….”

 

차장 “표는 바뀐답니다. 주인의 마음이나 목적에 따라서.

번거로우시겠지만, 그때마다 확인해드리고 있습니다.”

 

차장 “승객 분의 표는, 원래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훌륭한 표. 그렇지만, 목적지는 정해야 합니다.

그럼…… 어디까지 가시겠습니까?”

 

알바 “「소원이 형체를 이루는 곳」, 까지……. 질리오도, 그렇지?”

 

질리오 “…… 응, 그렇지.”

 

차장 “그렇군요. 그러시다면, 두 분은 이대로 이 열차에 계시길.

대부분의 승객 분들은, 다음 정차하는 역에서 내리실 겁니다.”

 

차장 “다음 도마뱀자리는, 환승역이니까요.

그만큼, 정차 시간도 길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들을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이야기꾼 “끝이 없는 여행도, 언젠가는 목표로 하는 장소에 도착하게 되겠죠.

머지않아, 목표로 하는 안드로메다가 보일 겁니다……. 하차 시에는, 두고 가시는 물건이 없기를-.”